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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식물 이야기

수목의 구조 5

by 이도양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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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뿌리
 수목의 뿌리는 대부분 지하부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식물분류의 기준으로 사용되지는 못하지만, 실제로는 뿌리의 모양, 분포, 생장 양식 등은 수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조경수목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뿌리의 모양이나 발달은 토양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크게 변화하기 때문에 줄기처럼 체계적인 연구가 안 되어 있지 않다. 뿌리는 식물을 고착시키고 영양물질을 저장하며, 물질을 흡수하고 수송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① 뿌리의 외부형태
 근계(root system)는 유묘 시절에는 수종에 따라서 유전적으로 형태가 독특하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밑으로 깊숙이 빠른 속도로 자라 내려가는 주근(taproot)과 옆 방향으로 넓게 퍼지는 측근(lateral roots)으로 나눈다. 그러나 나무가 나이를 먹으면 환경조건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고유의 모양을 점점 잃어간다.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되고 건조한 토양에서는 주로 주근의 발달이 깊게 이루어지는 반면에, 습기가 많거나 배수가 잘 안되는 토양에서는 주근 대신 측근이 얕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ㄱ. 주근계(tap root system)
 큰 주근과 작은 측근으로 이루어진 뿌리 전체를 주근계(tap root system)라고 하는데, 소나무류와 쌍자엽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큰 주근은 빨리 뻗어나가면서 새로운 근계를 개척하며, 형성층에 의해 직경이 굵어지면서 주근(long tap root)을 이루어 오래도록 살아남는 반면에, 작은 측근은 뻗어나가는 큰 주근에서 기원하여 천천히 자라는데, 형성층이 없어서 직경생장을 하지 않으며, 1년 혹은 2년간 살다가 죽어버린다. 그렇지만 작은 측근은 실제로 수분과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고, 토양 곰팡이와 균근(mycorrhizae)을 형성하는 세근(fine roots)이 된다. 큰 주근은 크게 개척근과 모근으로 나눈다. 개척근(pioneer roots)은 늦은 봄과 여름에 뿌리가 가장 왕성하게 자랄 때 나타나서 숫자는 적지만, 새로운 근계를 빠른 속도로 개척한 후 직경이 굵어지는 뿌리이며, 모근(mother roots)은 가지를 많이 쳐서 넓은 면적을 확보하는데, 개척근보다 직경이 작고 길이가 짧다.

ㄴ. 수근계(fibrous root system)
 대부분 단자엽식물은 비슷한 크기의 많은 뿌리, 즉 수염뿌리로 이루어진 수근계(fibrous root system)를 형성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지면에 가까운 줄기 조직에서 뿌리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부정근(adventitous root)이라 한다. 부정근은 뿌리 이외의 다른 기관에서 형성되는 뿌리를 뜻하며, 이런 뿌리는 근계의 흡수 및 수송 능력을 증가시킨다.

② 뿌리의 내부구조
 어린뿌리를 정중앙을 종단하여 보면, 흙 속으로 미끄러지면서 자라는 끝부분에 위치한 정단분열조직을 볼 수 있고, 성숙 부위에는 유관속형성층이 발달하여 뿌리 굵기가 커지는 부피 자람도 이루어진다.
ㄱ. 근관
 어린뿌리의 정단분열조직(apical meristem)은 끝부분에 있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곳은 끝부분이지만, 근관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분열된 세포는 총축 방향으로 세포신장을 도모하여 뿌리를 앞으로 전진시킨다. 세포가 신장되면서 곧이어 사부와 목부 세포의 분화가 완성되는 곳이다. 근관(root cap)은 분열조직을 보호하는 기능 외에 중력의 방향을 감지하여 굴지성을 유도하며, 탄수화물로 만든 점액질(mucigel)을 분비한다. 이 점액질은 당, 유기산, 비타민, 효소, 아미노산 등을 함유하는 복합다당류로서 토양입자를 뚫고 지나가는데 윤활제 역할을 한다. 점액질 주변에는 토양미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ㄴ. 근단분열조직
 근관 안쪽에 있는 근단분열조직 부위를 관찰하면 세포들이 규칙적으로 열을 지어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세포들은 분열조직에서 기원되어 성숙한 뿌리 조직으로 발달한다.
 근관의 바로 뒤에 분열지연중심부(quiescent center)가 있다. 이 부위는 500~1,000개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활발하게 분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주변세포들은 하루에 1회 이상 분열을 한다. 분열조직세포에 비하여 분열지연중심부 세포는 방사선과 독성물질 등에 의한 환경 교란에 대하여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

ㄷ. 뿌리의 성숙부위
 뿌리는 형성층에 의해 2차 생장을 시작하기 전에 1기 조직이 분화하는데, 이 1기 조직은 표피, 피층, 내피, 유관속조직 등을 모두 갖추게 된다. 표피는 비교적 치밀하게 배열된 맨 바깥쪽의 세포층이며, 표피세포가 길게 밖으로 자라서 형성된 뿌리털은 물과 무기물질의 흡수표면적을 증가시킨다.
 피층(cortex)은 표피 안쪽에 여러 층의 유세포가 비교적 여유있게 세포간극을 가지고 배열한, 둥근 모양을 가진 세포층이다. 반면, 내피는 횡단면상에서 방사단면의 세포벽이 이웃하고 있는 내피세포와 치밀하게 서로 맞닿아 있어 세포간극이 없다. 또한 방사단면의 세포벽에 목전소(suberin)로 이루어진 카스파리띠(Casparian strip)가 있어서, 자유로운 수분의 이동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배열되어 있다. 뿌리에서는 피층 안쪽에 있는 내피, 내초(pericycle), 유관속조직 등의 모든 조직을 통틀어 중심주라고 한다.

③ 뿌리생장
 종자 내 배에 뿌리로 발달하는 분열조직인 유근(radicle)이 첫째로 주근(tap root)으로 발달한 다음 측근이 생기고, 다시 갈라지면서 세근이 형성되어 분기된 근계를 이룬다. 즉, 근계는 주근이 갈라져서 측근을 만들고, 재차 갈라지면서 엄청난 수의 가는 뿌리를 만들어낸다. 뿌리에서 측근은 중심주의 외부에 위치한 내초(pericycle)에서 발달한다. 내초는 수종에 따라서 한 층 혹은 서너 층으로 된 세포군으로서, 세포분열 능력이 왕성하여 병층분열을 시작하면서 접선방향으로 세포벽을 새로 추가하여 새로운 세포를 만들면서 불룩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후에 수층분열을 일으켜 방사선 방향으로 세포벽을 추가하여 세포의 숫자를 증가시키면서 내피와 피층을 뚫고 주근 밖으로 튀어나와 측근이 된다. 성숙한 참나무는 5억 개의 근단(root tips)을 갖는다(Lyford, 1975).
 근단(root tips)은 긴 뿌리에서는 뾰쪽하고, 짧은 뿌리에서는 둥글다. 근단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근관(root cap)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소나무류나 참나무류와 같이 외생균근을 형성하는 수종들은 근관을 형성하지 않는다. 홍단풍의 수평 방향 뿌리는 직선거리로 약 25m까지 뻗는데, 뿌리가 자라다 장애물을 만나면 그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뿌리털(root hairs)은 뿌리의 표면적을 확대시켜 무기염과 수분의 흡수에 크게 기여하는데, 표피세포가 변형되어 길게 자란 형태로서 뿌리 끝에 신장생장을 하는 부분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다. 토양 중에 수분이 과다하게 많을 때보다는 약간 부족한 듯 할 때 뿌리털의 발달이 더 왕성하게 이루어진다.

④ 뿌리의 계절적 변동
 뿌리의 연간 생장은 기존 뿌리의 신장과 새로운 측근의 발생 및 신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온대지방에 분포하는 수목에서 뿌리의 신장은 이른 봄에는 줄기의 신장보다 먼저 시작하며, 가을에는 줄기 신장보다 더 늦게까지 지속된다. 줄기가 고정생장을 하는 수종에서 줄기생장은 이른 여름에 일찍 정지하지만, 뿌리의 생장은 가을까지 계속하여 줄기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자란다. 그러나 토양이 찬 상태인 경우 물푸레나무나 개암나무 및 라일락에서는 줄기가 생장할 때 뿌리 신장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Harris 등. 1995). 줄기 생장이 멈추는 시기와 뿌리 생장이 멈추는 시기는 종에 따라 다양하다. 참나무, 유럽적송, 독일가문비나무는 고정생장을 하기 때문에 줄기생장이 6월 또는 7월에 정지하지만, 뿌리생장은 참나무의 경우 9월에, 유럽적송의 경우 11월에 정지한다(Lyr & Hoffmann, 1967). 남반구의 소나무에서 뿌리 신장은 연중 매월 진행되지만, 겨울 동안에는 추위 때문에, 여름에는 한발로 인해 낮은 생장률을 보인다(Kramer, 1969).

⑤ 뿌리의 분포
 수목의 직근은 종자에서 제일 먼저 유래한 유근이 2기 생장을 하여 굵게 자라서 수간 바로 아랫부분에서 물리적인 지탱을  담당하고 있으며, 측근이 옆으로 퍼져서 지지력을 향상시킨다. 수목의 뿌리 분포는 수종에 따라서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적송과 같이 심근성을 나타내거나 낙엽송과 같이 중간형, 그리고 밤나무와 같이 천근성인 경우가 있다. 또,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데, 특히 뿌리의 수직적 분포는 토성(soil texturu)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점토가 많은 토양에서는 뿌리의 침투가 불량하지만, 해수욕장 주변 같은 사질토에서는 통기성이 좋아서 곰솔의 근계는 주근이 더 깊게 발달한다. 미국 유타주의 사막에서 자라는 관목은 지하부가 지상부보다 9배가량 더 무거운 반면, 온대지방의 사과나무나 소나무 종류는 지상부가 지하부보다 5배가량 더 크다.
 뿌리는 수평 방향으로도 넓게 퍼지는데, 일반적으로 수관 폭보다 더 넓게 퍼지며, 토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수의 경우 모래 토양에서는 뿌리가 수관 폭보다 3배까지 넓게 퍼지며, 양토의 경우 2배까지, 그리고 점토의 경우는 1.5배가량 퍼진다(Rogers & Booth, 1960).
 뿌리가 수직 방향으로 깊고 수평 방향으로 넓게 퍼지지만, 세근의 수직적 분포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즉, 수분과 양분을 주로 흡수하는 세근은 토양 표면부에 대부분 모여 있다. 그 이유는 표토는 통기성이 좋아서 뿌리 호흡에 유리하고, 무기영양분의 함량이 높으며, 적은 강우량에서도 표면수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나무와 소나무 숲의 경우, 표토 12cm 내에 전체 세근의 90%가 존재할 만큼 세근은 토양 표면부에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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