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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식물 이야기

조경식물학에서 알아야 할 것? 1

by 이도양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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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요인과 식물지리

1) 기후요인
 식물은 그 종이 생육하고 있는 곳의 기후, 지형, 지질, 토양 등 환경요인의 지배를 크게 받는다. 식물은 특히 기후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식물지리학자인 Theophrastus는 식물의 분포에 일변화와 계절변화를 포함한 기후요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밝힌 바 있다. 식물의 분포는 수평적 분포와 수직적 분포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평적 분포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보아 한대림, 온대림, 열대림으로 구분하며,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적인 차원에서는 한대림, 온대북부림, 온대중부림, 온대남부림, 난대림 등으로 구분한다. 전 세계적인 공간 규모로 보아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은 한대에서 온대를 거쳐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수평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반면에,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은 그 분포영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한편, 식물의 수직적 분포란 주로 해발고를 중심으로 식물의 특징적인 분포 특성을 볼 수 있다. 시로미와 해당화 두 종을 예로 들면, 시로미는 식물지리학적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등 북반구와 하와이에 주로 분포하며, 우리나라의 남한지역에는 유일하게 제주도 한라산의 고지대에만 자생하고 있다. 한편 해당화는 해수면에 가까운 해안가의 모래사장에 주로 분포해 있어서 우리나라에는 이 두 수종이 동일한 서식지에 분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고위도에 가까운 곳, 예를 들면 캄차카반도에는 이들 수종이 바닷가 백사장의 한 서식지에 함께 밀생하고 있다. 이는 온도요인 때문으로 북쪽으로 갈수록 해발고가 낮아지는 식물의 분포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하듯 온도는 삼림의 분포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 지구적 차원 또는 우리나라 한반도 차원에서 삼림대의 구별이 가능하며, 이는 식물의 천연분포와 식물의 이용에 매우 중요한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지역적 및 국가적 맥락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Takhtajan(1986)에 따르면 식물지리학상 우리나라는 히말라야 동부, 인도의 일부, 미얀마의 일부 산악지역, 중국, 대만, 일본의 대부분 지역, 러시아의 쿠릴열도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구의 일본‧한국아구에 속한다. 이 지역에는 고유과(endemic family) 20종류 이상, 고유속(endemic genera) 300종류 이상을 보유한 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한편, 온도특성에 따라 구분한 우리나라의 삼림대는 다음과 같다.
(1) 한대림
 한반도의 북한지역에 존재하며, 주로 평안도와 함경도의 고원 및 고산지역이 이에 속한다. 온량지수는 55℃ 이하인 지역이다. 침엽수종이 우점을 이루며, 주목, 분비나무, 이깔나무, 사스래나무, 자작나무, 눈잣나무, 만병초 등이 주를 이룬다. 

(2) 온대림
 온대림은 한반도에서 남으로는 난대림과 북으로는 한대림과 접하며, 가장 넓은 면적에 분포한다. 온대림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① 온대북부림 : 평안도와 함경도의 고산지역을 제외한 온대 중부 이북의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온량지수는 55~85℃ 정도의 지역이다. 이 지역의 특징수종은 잣나무, 젓나무 및 잎갈나무, 붉은인가목 등의 일부 침엽수종을 포함하여 신갈나무, 거제수나무, 시닥나무, 복자기나무, 산겨릅나무, 박달나무와 같은 낙엽활엽교목이다.
② 온대중부림 : 동해안에서는 북위 40°, 중부지역은 38°, 서해안지역은 39°를 잇는 남쪽지역으로,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동,서해안의 경우 내륙지역에 비교하여 일부 북상하여 분포하고 있다. 온량지수는 85~100℃ 정도의 지역이다. 특징수종은 주로 낙엽활엽교목 수종인 졸참나무, 때죽나무, 백당나무, 까치박달나무, 서어나무 등이며 소나무가 넓은 면적에 분포하고 있다. 
③ 온대남부림 : 동해안에서는 북위 38°, 중부내륙지역은 북위 36°, 서해안지역은 북위 37° 선을 중심으로 온대중부림의 남쪽지역을 차지한다. 온량지수는 100℃ 이상인 지역이다. 특징수종은 소나무, 곰솔, 개비자나무, 이나무, 나도밤나무, 노각나무, 사람주나무, 서어나무 등이다.

(3) 난온대림
 경남 온산과 목포를 연결하는 남해안의 해안지역과 일부 도서 및 제주도의 저지대 해안지역이 이에 속한다. 한랭지수는 –10℃ 이상인 지역이다. 주로 상록활엽수종인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천선과, 녹나무, 육박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가마귀쪽나무, 생달나무, 다정큼나무, 돈나무, 사철나무, 감탕나무, 빗죽이나무, 사스레피나무, 우묵사스레피나무, 송악, 백량금, 산호수, 아왜나무, 마삭줄, 광나무 등이 특징수종이다.        

 미국의 경우, 농무부에서는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 캐나다 및 멕시코를 대상으로 겨울의 최저온도를 바탕으로 온도 구분에 따라 전 북미지역을 11개 기후 지역으로 구분하여 조경식물의 선발시험, 생산과 판매에 식물내성권역도(Plant Hardiness Zone Map)를 제작, 이용하는 등 조경식물의 선정 및 생산과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물내성권역의 구분은 자생식물뿐만 아니라 도입식물의 고려에도 그 활용도가 높다. 이에 반하여, 천연분포역(natural range)은 특정식물종의 분포를 기술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며, 생태권역(eco region)은 한 분포역 또는 생태권역에서 식물을 선발할 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용어로, 식물의 경우 동일한 천연분포역 내에서도 독특한 환경조건에 따라 유전적으로 매우 특이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식재분포역(planting range)은 천연분포역보다 더 넓게 자리 잡아서, 온도인자에 따른 식물의 이용 능력을 더욱 높일 수 있으므로 조경식물의 이용에 매우 중요하다. 온도는 특히 식물의 개화와 결실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식물의 생육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온도는 유효온도, 적산온도, 연평균온도, 월평균온도, 최저온도 등이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5℃ 이상이 되면 정상적인 생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보다 높은 온도를 유효온도라 한다. 유효온도의 시간적분을 유효적산온도라 하는데, 이는 삼림대의 분포한계, 농작물의 생육 문제 등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5℃ 이상이 되면 생리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여 매일의 온도값에서 5℃를 뺀 온도를 적산한 값을 일적산온도라 하며 식물의 발아, 개화, 성숙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적산온도는 월평균온도를 매월 합산한 값으로 식물종의 분포한계와 관련이 깊으며, 수종 선정 시에 기준으로 삼는다. 온량지수는 식물의 생육가능 온도인 5℃를 기준하여 월평균온도가 5℃ 이상되는 달의 평균온도에서 5℃를 뺀 값을 1년간 모두 합한 값으로 식물의 분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연평균온도는 온량지수보다는 개괄적이기는 하나, 식재수종을 선정할 때 참고가 되는 반면에, 월평균온도는 식물의 생리적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식물은 낮은 온도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느냐에 따라 생존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특정기간 동안 반드시 최저온도의 값을 알아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2) 식물지리
 식물지리학은 식물의 한 분야로 식물의 공간적 관계를 과거와 현재의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학문 분야다. 식물지리학은 전 세계의 식물분포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해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지리학적 학문이다. 식물지리학은 식물생태학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식물생태학은 특히 식물이 서로 관계가 되어 있다는 점에 관심이 많은 반면에 식물지리학은 식물분포의 외적 요인이 주 관심 대상이다. 따라서 식물생태학이 식물의 생리적 측면을 중시한다면, 식물지리학은 식물분포를 포함한 지리적 측면이 주된 관심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식생(vegetation)과 식물상(flora) 간의 차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두 용어는 정확히 이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은 이들이 자라는 자연적 요인에 절대적 영향을 받게 되며, 식물의 분포는 특히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러한 점에서 대부분의 조경식물의 이용은 천연분포와 식재분포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천연분포란 인간의 간섭없이 오직 기후요인만으로 이들의 분포역이 정해진 반면, 식재분포란 인간의 이용 확대에 따라 원래 자생지의 범주를 벗어나서 자생지와 유사한 기후지역에 식재하여 그 지역의 기후에 적응하여 조경적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조경 소재로 흔히 이용하고 있는 동백나무와 메타세코이아를 들 수 있다. 동백나무의 경우,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난대림지역에서만 자생하며 내한성이 낮은 수종이다. 식물분포의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시켜서 호랑가시나무속의 경우를 보면, 감탕나무, 꽝꽝나무 및 호랑가시나무는 주로 난대림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러나 호랑가시나무와 꽝꽝나무의 식재분포역은 온대중부림까지 확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메타세코이아는 화석식물로 알려져 왔으나, 1948년에 중국의 허베이성에서 그 자생지가 발견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이들의 후손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전래되었다. 메타세코이아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로수로 널리 이용되는 아주 보편적인 조경용 소재이다. 이 수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동일 기후대에서 아주 좋은 성장을 하고 있다. 한편, 조경식물 중에는 자생지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주로 교잡을 통하여 육성된 조경식물인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