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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식물 이야기

조경식물학이 뭘까?

by 이도양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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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식물

1) 조경식물의 뜻
 인간은 오래전부터 식물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유사 이래 인간은 다양한 식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구하고 각종 질병의 치료에도 식물은 거의 절대적인 역할을 해 왔다. 이는 과학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거의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중요성은 더해 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거주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는 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에게 쾌적한 거주환경이란 주변이 미적으로 아름답고 생태적으로 충분한 기능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식물이 지닌 미적, 기능적 및 심미적 특성은 매우 중요한 인자이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각 식물이 지닌 생태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경식물학은 인간의 복지향상을 위해 식물 자체의 이름, 형태, 생태, 용도 및 효과 등의 지식을 연구하는 식물학의 한 분야라 할 수 있다. 

2) 조경식물의 범위
 현재 지구상에는 대략 30만종이 넘는 식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은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해외의 식민지를 지배하면서 각 지역의 진귀한 식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산업적 목적과 함께 관상용으로 지배하였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또한 각 나라의 조경 양식의 발달, 교통의 발달 및 문화교류의 확대에 따라 자생지 이외의 지역에서도 식물을 조경목적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 조경식물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자생종(native species)은 인간의 간섭 없이 한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식물로,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 지역의 고유한 기후와 토양에 적응해 온 식물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각 지역에 분포해 있는 소나무와 미선나무를 비교할 수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비교적 널리 분포해 있는 반면에, 미선나무는 오직 우리나라 그것도 충북의 진천, 괴산, 영동, 충주, 전북의 무안, 서울의 북한산 등지에만 분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나무는 광역종이라 부르는 반면, 미선나무는 협의의 자생종이라 한다. 이에 반하여, 원예종(ornamental species)이란 인간이 미적인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식물을 지칭하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재배품종이 이에 해당한다. 
 인간이 조경목적으로 사용하는 식물의 범위는 사실상 그 제한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변의 모든 식물은 조경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은행나무의 경우, 이 식물은 인간이 지구상에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살아온 화석식물(fossil plant)이다. 인간이 은행나무를 원예 또는 조경 목적에 이용하기 전에는 거의 대부분 식용의 목적으로 이용해 왔으리라 생각된다. 이후 인간 문화의 발달에 따라 은행나무는 조경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현재는 가로수나 녹음수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은행나무 잎에서 징코민을 추출하여 항암제로 널리 사용하고 있어서 인류의 질병 치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이 이용하기 시작한 기간은 지구상에 은행나무가 출현한 역사에 비한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식물의 이용이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인류는 역사를 통하여 식물의 이용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경식물의 구비요건이라는 의미는 특정 식물의 이용에 선입관을 가지고 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에 비교하여 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나, 전통적으로 한국조경에서는 매우 제한된 목본 위주의 조경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초본의 경우 거의 무시해 왔다고 할 수 있어서 그 이용 빈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이를 조경식재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식물 다양성 규모에 비하면 아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자생 조경식물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종(species)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급변하는 국민의 식물 선호도에 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는 전통적인 식물분류 단위인 종, 변종 또는 품종의 개념만 염두에 두고 있을 뿐 재배품종의 개념은 아직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조경 소재용으로 94과 322속 486종 85변종 5아종 13품종 등 총 589분류군(taxa)을 생산, 이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국화과, 난초과, 미나리아재비과, 백합과, 장미과 등에 해당하는 식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한국자생식물협회, 2003). 이에 비하여 서구에서는 약 73,000분류군의 식물을 조경용으로 생산, 이용하고 있다(RHS, 2006). 특히 선진국의 경우 재배품종 중심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종 중심으로 식물재료를 이용하고 있어서 재배품종 수준에서 다양한 조경 소재의 개발 필요성이 매우 높다.

3) 조경식물의 구비요건
 일반적으로 조경식물이란 인간이 관리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조경식물이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실용적 가치와 형태미가 뛰어나 관상가치가 높은 것이 좋다. 가능하면 아름다움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식물이 좋다는 관점에서 형태, 색채, 생태적 특성 등의 가치가 높은 것이 좋다. 둘째, 식재지의 불리한 토양 및 대기환경에 적응성이 높은 식물이 바람직하다. 특히 도시환경이 식물의 생육에 매우 불리한 환경조건을 구성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히 이러한 환경조건에 잘 견디며 생육할 수 있는 식물이 바람직하다. 셋째,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과 적응성이 강한 것이 좋다. 병충해는 식재지 관리를 통하여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나,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내성이 높은 식물이 바람직하다. 넷째, 대부분의 조경식물은 이식을 전제로 하는 식물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뿌리의 자람이 좋아서 이식의 각종 스트레스에 견뎌 내어 용이하게 활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식물이 좋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대량번식에 어려움이 없으며 이후의 관리에 비교적 노동력이 적게 소요될 수 있는 식물이 바람직하다.